꿈은 왜 이렇게 말이 안 되는데, 우리는 그걸 믿을까?

꿈은 왜 이렇게 말이 안 되는데, 우리는 그걸 믿을까에 대한 이미지

밤에 꾸었던 꿈을 떠올려 보면 이런 장면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친구와 회사 상사가 동시에 등장하고, 방금 전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다 한가운데 서 있다든지, 이미 돌아가신 가족이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있는 장면 같은 것들요.

깨고 나서는 “이게 말이 돼?” 싶지만, 꿈속에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왜 꿈은 그렇게 비논리적인데,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그걸 진짜라고 믿게 되는지를 뇌과학과 심리학 관점에서 정리해 보고, 마지막에는 망상이나 가짜뉴스를 쉽게 믿게 되는 심리와의 연결점까지 가볍게 짚어보겠습니다.


Table of Contents

꿈이란 무엇인가? – 깨어 있음과 다른 ‘제3의 상태’

REM vs 비REM, 꿈이 가장 활발한 순간

아래 버튼을 눌러 각 수면 단계에서 뇌와 꿈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세요.

꿈의 특징

이야기 구조가 또렷하고, 감정이 강하며 영화처럼 장면이 이어집니다.

뇌 활동

시각 영역·감정 영역은 활발하지만, 전전두엽(논리·검열)은 활동이 줄어듭니다.

몸 상태

눈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대부분의 근육은 이완되어 실제 행동은 차단됩니다.

보통 잠은 여러 단계로 나뉘는데, 그중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렘(REM) 수면에서 특히 생생한 꿈을 많이 꿉니다. 비렘(NREM) 수면에서도 꿈 비슷한 생각이 떠오르지만, 이야기 구조가 엉성하고 이미지가 덜 선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에서는 꿈을 대략 이렇게 정의합니다.

  • 우리가 잠든 동안
  • 외부 자극과 대부분 단절된 상태에서
  • 시각·청각·감정 등이 동반된 주관적 경험

즉, 현실을 직접 보고 듣는 것도, 깨어 있을 때처럼 의도적으로 상상하는 것도 아닌, 잠든 뇌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가상 체험’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예전부터 꿈을 어떻게 이해해 왔나

역사적으로 꿈은 오랫동안 초자연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는 신이 미래를 알려주는 통로로 보았고
  • 동아시아에서도 꿈 점·길몽·흉몽 문화가 발달해 있었습니다.
  • 20세기 초에는 프로이트와 융이 꿈을 무의식의 표현으로 해석하면서, 꿈이 심리 분석의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현대 뇌과학은 “꿈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보다 한 걸음 물러나 “꿈을 꾸는 동안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먼저 묻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찾는 답,
“왜 그렇게 말이 안 되는 내용인데도 믿게 되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나옵니다.


꿈을 꾸는 동안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

꿈속의 뇌 vs 깨어 있는 뇌, 무엇이 다를까?

주요 뇌 영역별로 어떤 기능이 달라지는지 한눈에 정리한 표입니다.

뇌 영역
깨어 있을 때
꿈(REM) 상태
전전두엽 (논리·계획·자기 점검)
계획 세우기, 실수 점검, ‘이게 맞는가?’를 따지는 기능이 활발히 작동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앞뒤가 맞는지 따지는 힘이 약해짐
편도체·변연계 (감정·기억)
감정과 기억을 적절히 조절하며, 상황에 맞춘 반응을 선택
공포·불안·그리움 등 감정이 과장되거나 오래된 감정이 재생되기 쉬운 상태
시각 영역 (후두엽)
실제 눈으로 보는 외부 장면을 처리
외부 입력은 적지만, 내부에서 생성한 장면을 ‘진짜 보는 것처럼’ 활성화
감각·운동 영역
실제 움직임·자세·촉각 정보를 받아 행동과 연결
뇌 속에서는 움직이지만, 근육은 대부분 이완되어 ‘꿈 행동’이 몸으로는 이어지지 않음

※ 위 표는 현재까지의 대표적인 연구 방향을 바탕으로 한 이해를 돕기 위한 요약입니다.

전전두엽: 이성과 자기 검열의 ‘볼륨’이 줄어든다

뇌영상 연구에 따르면, 꿈이 특히 활발한 렘 수면 동안에는 전전두엽(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의 활동이 깨어 있을 때보다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이 부위는 계획, 논리적 추론, 자기 점검, 규칙 위반 감지 같은 일을 맡고 있습니다.

즉, 꿈을 꾸는 동안에는:

  • “이 상황이 앞뒤가 맞나?”
  •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 “조금 전이랑 말이 다른데?”

와 같은 비판적 사고와 자기 검열 기능이 약해진 상태가 됩니다.
논리 담당 부서가 일시적으로 휴가를 떠난 셈이죠.

편도체·변연계: 감정 관련 부위는 오히려 더 ‘핫’하다

반대로, 감정 처리에 관여하는 편도체, 해마, 전측 대상피질 같은 변연계 영역은 렘 수면 동안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꿈에서는:

  • 현실보다 감정의 강도가 과장되거나
  • 평소에는 잘 떠오르지 않던 오래된 감정이 재생되고
  • 공포·불안·수치심 같은 정서가 유난히 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꿈을 꾸는 동안 뇌의 상태는 대략 이렇습니다.

  • 논리·검열 담당(전전두엽) → 활동 감소
  • 감정·기억 담당(변연계) → 활동 증가

이 조합만 봐도, “말이 안 되는데도 그럴싸하게 느껴지는 상태”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외부 자극 차단 + 내부 시뮬레이션 모드

렘 수면 때는 눈을 제외한 근육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대신, 뇌의 시각 영역은 마치 실제로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처럼 활동합니다. 최신 리뷰에 따르면 깨어 있을 때 복잡한 장면을 볼 때와 비슷한 패턴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동시에 귀·피부 등에서 들어오는 실제 감각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뇌는 “외부 입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화면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드”가 됩니다.

최근에는 이런 상태를, 뇌가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시험해 보는 ‘예측 처리(predictive processing)’ 모델의 한 형태로 보는 연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꿈에서 자주 나타나는 ‘말이 안 되는’ 패턴들

꿈을 떠올려 보면 이런 특징이 자주 보입니다.

  • 공간·시간이 갑자기 바뀜
    • 교실에 있다가 순간적으로 집 거실, 또 바로 해외 여행지로 이동
  • 여러 인물이 섞임
    • 친구 얼굴인데 목소리는 다른 사람, 가족인데 이름은 전혀 다른 사람 등
  • 장면 전환이 거칠고 끊김
    • 영화처럼 컷이 바뀌는데 이유는 설명되지 않음
  • 물리 법칙 무시
    • 공중을 날거나, 벽을 통과하거나, 순식간에 이동
  • 자기 정체성이 흔들림
    • 분명 나인데,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거나, 완전히 다른 나이·성별로 등장

뇌과학에서는 이를 여러 기억 조각과 감정, 상상이 뒤섞여 재조합된 결과로 봅니다. 렘 수면 동안 뇌는 과거의 경험을 되짚고, 미래를 대비하는 패턴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현실 논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보가 연결되다 보니 기묘한 ‘편집본’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그런데 왜 우리는 그 순간 꿈이란 걸 모를까?

1. 메타인지(“이상하다”를 눈치채는 능력)의 약화

꿈속에서 앞뒤가 안 맞는 장면을 보고도 “잠깐, 이건 좀 이상한데?”라고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앞에서 본 것처럼 자기 상태를 점검하는 전전두엽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이해됩니다.

메타인지란 “지금 내 생각이 맞는지, 내가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한 번 더 돌아보는 능력입니다.
이 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설령 장면이 다소 이상하더라도:

  • 그냥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거나
  • 이상함을 느끼더라도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2. “느낌이 맞으면, 내용도 맞는 것처럼” 착각

렘 수면 동안 감정 관련 뇌 영역이 활발하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꿈속에서 내용의 논리성보다 감정의 진짜 같음이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돌아가신 가족과 함께 있는 꿈을 꾸면,
    “이분은 이미 세상에 없다”는 사실보다
    “지금 함께 있다는 감정”이 훨씬 더 강력하게 체감됩니다.

뇌는 대체로 “이렇게 강하게 느껴지니, 일단 진짜라고 받아들여도 되겠다” 쪽으로 기울어지기 쉽습니다.

3. 비교할 ‘다른 현실’이 없다

깨어 있을 때는,

  • 시계도 보고
  • 휴대폰 알림도 확인하고
  • 옆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계속해서 “지금 이게 현실이 맞는지”를 교차 검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꿈속에서는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거의 끊겨 있기 때문에, 뇌 안에서 만들어진 이야기 외에는 비교 대상이 없습니다.

이야기가 다소 이상해도,
“그래도 이게 지금 내가 가진 정보의 전부”이기 때문에 일단 임시 현실로 채택되는 셈입니다.

4. 루시드 드림(자각몽)은 좋은 반례

흥미로운 건, 꿈속에서 ‘아, 이건 꿈이구나’ 하고 자각하는 자각몽이 일어날 때는 전전두엽 일부가 다시 활성화된다는 연구가 있다는 점입니다.

즉, 꿈이라는 같은 상태 안에서도 “이 상황이 말이 되는지 점검하는 뇌 회로”가 다시 켜지면, 바로 ‘이건 현실이 아니네’라고 눈치채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 역시 평소 우리가 꿈을 진짜처럼 믿어 버리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보여 줍니다.


꿈과 망상, 가짜뉴스를 믿는 마음의 공통점

꿈과 망상 가짜뉴스를 믿는 마음의 공통점

당연히 꿈과 정신질환에서 나타나는 망상, 그리고 가짜뉴스를 믿는 현상은 서로 다른 맥락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어떻게 말이 안 되는 내용을 그럴듯하게 믿게 되는가”라는 관점에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입니다.

1. 감정이 강할수록, 내용 검토는 느슨해진다

가짜뉴스 연구를 보면, “내용이 사실인지”보다 “얼마나 감정을 자극하는지”가 믿음에 더 큰 영향을 줄 때가 많다는 결과들이 있습니다. 특히 분노·두려움 같은 감정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헤드라인일수록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더 많이 공유되고, 더 쉽게 믿어지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꿈에서도 비슷합니다.

  • 논리는 다소 엉망이어도
  • 감정이 선명하고 강할수록

그 순간만큼은 “이건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즉, 감정이 앞설 때, 사실 점검은 뒷전으로 밀리기 쉬운 구조가 꿈과 가짜뉴스 모두에서 나타납니다.

2. ‘이성적인 브레이크’가 약해진 상태

수면 부족이나 극도의 피로 상태에서는, 깨어 있을 때조차 감정 관련 뇌 영역(편도체)의 반응이 커지고, 전전두엽의 조절 기능은 떨어지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됩니다.

  • 별 것 아닌 말에도 과하게 화가 나거나
  • 작은 소식에도 과도하게 불안해지거나
  • 평소라면 걸러낼 정보를 그대로 믿어 버리기 쉬워집니다.

어쩌면 “잘 못 잔 날, 괜히 별것 아닌 뉴스나 소문에 확 흔들리는 경험”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겁니다.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꿈속 뇌 상태와 비슷하게 “감정 가속 페달은 밟히고, 이성 브레이크는 덜 밟힌 상태”에 가까워지는 셈입니다.

3. 뇌는 ‘완벽한 진실’보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예측 처리 이론에서는, 뇌를 “늘 주변 세계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들어오는 정보를 그 가설에 맞춰 해석하는 존재”로 봅니다.

  • 꿈에서는, 거의 전적으로 내부에서 만든 가설(이야기)에 의존해야 합니다.
  • 현실에서는, 사회적 분위기·이미 믿고 있는 세계관·보고 싶은 결론이 이런 가설의 뼈대를 이룹니다.

그래서 사실과 조금 어긋난 정보라도,
이미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 틀과 잘 맞아떨어지면
“어? 이거 진짜일 수도 있겠다”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꿈에서 말이 안 되는 장면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과 구조상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써먹을 수 있는 ‘현실 점검’ 습관

오늘 내 판단, 얼마나 ‘꿈 같을’ 수 있을까?

아래 항목에 체크해 보면서 지금 내 상태를 간단히 점검해 보세요.

체크 수가 많을수록 ‘감정 우세 모드’일 가능성이 큽니다
체크 0개 – 지금은 비교적 차분하게 판단할 수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은 그래도 한 번 더 ‘사실 확인’ 단계를 거쳐 보세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뇌의 경향을 알고,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하거나 보완할 수 있을까요?

1. “잠이 부족할수록, 내 판단은 더 감정적일 수 있다”를 기억하기

가장 간단하지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 중요한 계약, 투자, 이직 결정
  • 인간관계에서의 단절 선언, 격한 메시지 보내기

같은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심하게 피곤하거나 잠을 못 잤다면
“지금 내 브레이크가 평소보다 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떠올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 결정을 하루만 미루거나
  • 잠을 먼저 어느 정도 보충한 뒤
  • 다시 같은 내용을 검토해 보는 습관

을 들여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 너무 화나거나 통쾌한 정보는 ‘한 번 더 보기’

가짜뉴스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특징 중 하나는,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헤드라인일수록, 사실 여부 확인 없이 더 많이 퍼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감정이 들 때는 한 템포 쉬어 가는 게 좋습니다.

  • “와, 이 사람 진짜 최악이다”
  • “역시 그 집단은 원래 이렇다니까”
  • “이거 진짜 너무 사이다다”

이럴 때는 스스로에게 간단히 세 가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1. 이 정보의 출처는 어딘가? (개인 계정? 언론사? 기관?)
  2. 다른 매체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있는가?
  3. 숫자나 인용이 있다면, 구체적인 근거가 밝혀져 있는가?

이 세 질문만으로도, “꿈같이 그럴듯한 이야기”와 “조금 더 현실에 발 딛고 있는 정보”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느낌’과 ‘사실’을 구분해서 적어보기

잠깐, 이건 ‘느낌’인가, ‘사실’인가?

아래 예시처럼 간단한 두 칸 메모만 해도, 꿈과 현실을 구분하듯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내가 느낀 것

“완전히 무시당한 것 같아서 너무 화가 났다.”

→ 감정·해석을 있는 그대로 적기

내가 실제로 본/들은 것

“A가 ‘지금은 바빠서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자’라고 말했다.”

→ 녹음하듯 사실만 짧게 적기

※ 감정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꿈과 마찬가지로 ‘느낌과 장면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기 위한 연습입니다.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면, 느낌과 사실이 쉽게 섞입니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노트나 메모 앱에 다음 두 줄을 분리해서 적어 보는 것입니다.

  • 내가 느낀 것: “너무 화가 났다”,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 내가 실제로 본/들은 것: “A가 B라고 말했다”, “뉴스 기사에서 ~라고 썼다”

이렇게만 정리해도, “내 감정이 이렇게 큰데, 그래서 이 내용이 100%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꿈에서 느낀 감정이 매우 진짜 같다고 해서, 그 내용까지 현실이 되는 건 아닌 것과 비슷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과 과학적 한계

꿈과 뇌에 대한 연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도 있습니다.

  • 뇌영상은 “어느 부위가 상대적으로 더 활성화되었는지” 정도만 보여 줄 뿐,
    우리가 꿈속에서 느끼는 주관적 경험 전체를 설명해 주지는 못합니다.
  • 꿈 내용은 대부분 사람이 깨어난 뒤에 말이나 글로 보고하는 방식으로 수집되므로, 기억 왜곡이나 편집이 섞일 수밖에 없습니다.
  • 정신질환에서의 망상, 사회적 가짜뉴스 확산 등은 각자 훨씬 복잡한 요인이 얽혀 있어, “꿈의 뇌 상태와 비슷하다”는 비유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우리가 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도 쉽게 설득되는 경향이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관점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관련 개념들

자각몽(루시드 드림)

자각몽은 꿈을 꾸는 도중에 “이건 꿈이다”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꿈을 계속 이어가는 상태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때는 보통 렘 수면이면서, 평소 렘 수면보다 전전두엽 등 일부 영역의 활동이 다시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즉, “이 상황을 한 발 떨어져 보는 능력”이 다시 켜지면, 꿈조차도 꿈으로 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현실 검증(Reality Monitoring)과 거짓 기억

우리가 어떤 생각이나 이미지를 떠올릴 때, 그게 실제로 경험한 것인지,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과정을 현실 검증이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이 흔들리면, 세부 내용이 조금 잘못된 기억이나 거짓 기억이 생기기 쉽습니다.

꿈은 애초에 내부에서 만들어진 경험이라, 깨어난 뒤에 이를 실제 일처럼 착각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꿈과 거짓 기억 연구는 서로 연결 지점이 많습니다.

예측 처리 이론과 꿈

예측 처리 이론은 뇌를 “세계에 대한 내부 모델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예측 기계”로 봅니다. 이 관점에 따르면 꿈은 외부 입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뇌가 스스로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모델을 다듬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때 논리가 다소 엉성해도, 모델을 다양하게 흔들어 보는 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제안됩니다.


정리하며 – 꿈을 알면, 믿음의 습관이 보인다

꿈을 알면, 믿음의 습관이 보인다

정리해 보면,

  • 꿈속에서는 전전두엽 활동이 줄어들어 비판적 사고와 자기 점검이 약해지고,
  • 감정·기억 관련 영역은 더 활발해지며,
  • 외부 세계와의 연결은 약해진 채 뇌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시뮬레이션 모드가 됩니다.

그 결과,
논리적으로는 이상한 이야기라도 감정이 강하고 흐름만 어느 정도 맞으면, 우리는 그것을 “그때만큼은” 진짜처럼 믿게 됩니다.

이 메커니즘은 비단 꿈에서만이 아니라,

  • 잠이 부족할 때
  • 감정이 과하게 자극될 때
  • 이미 믿고 싶은 이야기를 확인해 주는 정보 앞에서

우리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가짜뉴스나 과장된 소문을 볼 때,
“왜 이렇게 말이 안 되는데도 저렇게 많이들 믿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그 배경에는 뇌가 “완벽한 진실”보다 “감정적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쉽게 채택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또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나서 웃음이 나올 때,
혹은 너무 통쾌하거나 너무 분노를 자극하는 뉴스를 봤을 때,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아, 내 뇌가 또 하나의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고 있구나.”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조금 더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한 발짝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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